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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오늘이 물든 거리,
황리단길을 걷다

경주 황리단길

한옥이 즐비한 황리단길 골목

천년의 역사를 품은 도시 경주가 올가을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개최로
세계인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이번 APEC 정상회의로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갈 경주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 황리단길을 찾았다.

글. 김민영 사진. 정우철

경주,
APEC 정상회의 개최로 또 하나의 역사를 쓰다

경상북도 경주는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문화유적지를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그중에서도 첨성대, 대릉원, 동궁과 월지 등의 문화유적지는 역사적인 가치에 현대인들의 감성이 더해져 더 주목받는 여행지가 되었다. MZ세대 사이에서는 이런 장소들을 찾아서 인증사진을 남기는 게 힙하게 여겨질 정도로 경주의 문화유적지가 사랑 받고 있다.

이런 경주가 올가을, 우리나라를 넘어 전 세계인의 관심을 받는 중이다. 이유는 APEC 정상회의가 바로 경주에서 개최되기 때문. APEC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회원국이 자유롭고 지속 가능한 무역과 경제성장을 위해 협력하는 경제 포럼으로, 1989년 호주 캔버라에서 출범되었다. 출범 당시부터 회원국으로 함께해온 우리나라에서는 2005년 부산 개최 이후, 10년 만에 열리는 정상회의다. 그렇기에 지금 경주는 그야말로 가장 뜨거운 도시가 된 셈. 경주시와 공공기관들은 성공적인 APEC 개최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역사와 현대가 공존하는 경주 황리단길

문화유적지와 어우러진 멋,
황리단길

황리단길은 경주의 ‘핫플레이스’ 중 하나다. 경주 내남사거리에서 시작해 황남초등학교를 아우르는 황남동, 사정동 일대를 두고 ‘황리단길’이라고 칭한다. 황리단길이라는 이름은, 서울 이태원의 ‘경리단길’에서 따온 이름이다. 경리단길처럼 아기자기한 소품숍, 요즘 감성이 느껴지는 카페 등이 즐비해 ‘황남동의 경리단길’이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하지만 직접 가 보면 이태원 경리단길하고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경주의 특징이 잘 묻어나는 문화유적지가 어우러진 덕분이다. 황리단길에서는 조금만 걷다 보면 스물세 개의 봉분이 솟아있는 대릉원이 보인다. 실제로 수많은 황리단길의 많은 카페, 식당 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곳은 ‘대릉원뷰’가 한눈에 담기는 곳일 정도다. 담장 너머로 봉긋하게 솟아있는 릉을 보는 느낌은 오션뷰, 노을뷰 등 여느 ‘뷰맛집’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물론, 이것뿐만 아니더라도 1960~70년대의 낡은 건물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거나, 외관은 그대로 남겨두고 요즘 스타일로 리모델링된 건물들을 보는 재미도 있다.

황리단길 바로 옆에 위치한 대릉원

고즈넉한 한옥 따라
걷기 좋은 길

가을은 황리단길 산책에 나서기 딱 좋은 계절이다. 선선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고즈넉한 한옥이 즐비한 골목을 오가는 맛이 제법 그럴싸하다. 경주가 역사 도시여서인지 골목에 자리한 가게마다 ‘한옥 콘셉트’를 지켜가는 것이 이곳만의 정체성이 아닐까 싶다. 산책하다 쉬어가고 싶다면, 근사한 마당과 연못을 품은 한옥 카페에서 달콤한 디저트를 먹으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다. 이런 전통미를 간직한 공간에 머무르는 것 또한 여기서는 의미 있는 시간으로 다가올 테니까. 사실 황리단길은 이런 시간을 보내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한옥 스타일의 카페와 식당, 숍이 대부분이다.

어느 곳을 가도 인증사진을 남기고 싶은 곳 투성이라, 발길 닿는 대로 느낌 가는 대로 가면 된다. 그러다가 황남시장에 들러 전통 디저트를 맛봐도 좋고, 황리단길을 오랫동안 지키고 있는 대릉원사진관에 들러 의미있는 사진을 남겨도 좋다.

2023~2024년 한국관광 100선에 황리단길이 선정되었다고 한다. 오랜 역사를 가장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매력이 통한 게 아닐까. APEC 개최로 이제 더 많은 외국인이 황리단길을 찾을 텐데, 그들에게도 이 매력이 통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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