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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체불을 끊다
‘체불스왓팀’ 가동 이야기

경기지청 근로개선지도1과

경기지청 근로개선지도1과 ‘체불스왓팀’

지난 추석 명절 전후, 경기지청은 한시적으로 ‘체불스왓팀’을 운영해 477명,
29억 원의 체불 임금을 청산했다. 전국에서 행정 대상 규모가 가장 큰 경기지청 근로개선지도과는
어떻게 일하고 있을까. 임금 체불을 ‘범죄’로 다루며 현장에서 끊어내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글. 차유미  사진. 오충근

전국 최대 규모의 현장, 경기지청

경기지청 근로개선지도과는 수원시, 용인시, 화성시 지역의 노무관리 지도 및 노동관계법령 위반 신고 사건 조사를 담당한다. 세 곳 모두 인구 100만 명이 넘는 특례시로, 행정 대상 인구는 약 340만 명. 서울청보다 많은 전국 최대 규모다. 사업체는 약 12만 5천여 개, 근로자는 119만여 명에 이른다. 61.9%가 5인 미만 영세 사업장이고, 제조업(20.9%)과 도·소매 및 숙박음식업(35.2%)이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모두 임금 체불이 발생하기 쉬운 취약 업종이다. 김용식 과장은 “객관적 데이터가 없는 현장이 많다 보니 양측의 말만 듣고 판단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사건의 난이도가 상당히 높다”라고 말한다.

2025년 8월 누계 기준, 경기지청의 체불액은 87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증가했고, 체불 근로자 수는 11% 이상 늘었다. 경기 남부권 최대, 전국 관서별로도 최상위 수준이다. 이 현장을 책임지는 이들은 근로개선지도 1·2과 소속 67명의 근로감독관들이다. 한 과당 30명 이상 배치된 규모는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 2배 이상이다. “자원들이 가장 우수한 곳이 경기지청”이라 자부하는 김 과장의 말처럼, 우수한 인력들이 모여 높은 성과를 낸다. 2024년 권리구제율 0.978로 경기 남부권 최고, 강제수사 실적 또한 전국 상위권이다. 이들은 단순히 사건을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근로자의 생활을 지키기 위해 현장을 누빈다.

추석 명절을 지킨 ‘체불스왓팀’

지난 추석 명절 전후, 경기지청은 한시적으로 체불스왓팀을 가동했다. 윤지현 팀장은 “전국적으로 임금 체불 규모가 역대 동기 대비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고용노동부는 전국적으로 명절 대비 임금 체불 집중 청산 지도 기간을 예년 대비 2배로 확대해 8월 29일부터 10월 2일까지 운영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체불스왓팀의 원래 취지는 경찰이나 지자체와 연계해 대규모 집단 농성 등에 현장 출동하는 것이었는데, 경기지청은 이를 온라인 전담 창구와 결합해 운영했다. 온라인(노동포털, 임금체불 신고센터)과 오프라인(1551-2978) 전담 창구를 상시 모니터링하고, 다수의 체불 피해가 의심되는 사업장에는 즉시 현장으로 출동했다.

체불스왓팀의 성공 요인 중 하나는 익명 제보 시스템이었다. 기존에는 실명 신고 사건 중심으로 진행되어 수동적 대응이라는 한계가 있었지만, 이 기간 운영된 익명 제보 창구는 문턱을 낮췄다. 전화 한 통이면 가장 가까운 노동청으로 연결되고, 온라인 제보는 담당자에게 즉시 전달됐다. 형식도 간소화해 근로자들이 신분을 드러내지 않고도 손쉽게 신고할 수 있었다. 그 결과 477명, 29억 원의 체불 임금이 청산됐다.

모두 현장 출동 후 며칠 내에 전액 청산이 이뤄졌다. 다만 상시 운영을 위해서는 신고 사건이 늘어나는 속도와 비중을 감안할 때 근로감독관 충원 및 제도 보완 등의 대책도 필요하다. 수동적 조사에서 능동적 예방으로 전환하려면, 결국 사람이 먼저다.

단호함과 원칙, 현장을 지키는 방식

경기지청 감독관들에게 임금 체불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생활’이다. 그래서 이들은 단호하다. 고액·다수 체불이 의심되면 기관장이 직접 현장을 찾고, 악의적으로 불출석하는 사업주에게는 체포영장을, 상습 체불에는 구속수사로 대응한다. ‘임금 체불은 절도다’라는 분위기를 형성하며, 타 지역 청에서도 경기지청의 사례를 벤치마킹하려고 문의가 오곤한다. 기억에 남는 일도 많다. 작년 안산에서 있었던 일이다. 인터넷에 구인 광고를 내고 일용직 근로자들을 하루 이틀 쓴 뒤 일당을 체불하고 잠적하는 인테리어 업자가 있었다. 동종 전과만 11~12건. 체불액은 1,100만 원으로 소액이었지만 너무 상습적이었다. 의논 끝에 영장을 신청했고, 소액임에도 사업자가 구속됐다. 도주하려던 그를 차로 쫓아갔던 아찔한 순간도 아직 생생하다.

한 중년 근로자가 청산 후 고마움의 표시로 예전 사업 때 만들었던 기념품을 가져왔지만, 감독관은 받을 수 없었다. 음료수 하나도 안 되는 게 원칙이기 때문이다. 결국 주소를 찾아 소포로 되돌려 보냈다. 마음을 이해하지만, 공적인 절차를 더 세게 붙드는 것. 이곳의 일하는 방식이다.

2년 차 박은하 감독관에게 가장 어려운 것은 사건마다 다른 쟁점과 법 적용이다. “어떤 법을 적용해야 하는지, 어떤 판례를 참고해야 하는지 너무 어렵고 고민이 많았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법 지식을 제대로 알아야 민원에 제대로 답변할 수 있다는 것이죠.” 다행히 팀장과 선배들이 열심히 도와준다. 윤지현 팀장은 12년 경력에서 우러나온 조언을 건넨다. “체불 임금 청산도, 근로자의 권리 구제도 모두 노동관계법령에 따라 해야 합니다. 기본인 노동관계법령에 충실해야 궁극적으로 사업장의 근로 기준이 확보되고 근로자의 권익이 보호되며, 무엇보다 근로감독관 본인도 지킬 수 있는 길입니다.”

현장에 답이 있다!

전국 체불 임금 규모는 2020년 1조 5,830억 원에서 2024년 2조 448억 원으로 급증했다. 2025년 상반기에만 1조 1천억 원으로, 추세대로라면 올해도 2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차별과 배제 없는 일터’를 국정과제로 하여 임금 체불 50% 감축을 목표로 내걸었다. 경기지청은 ‘고액·집단 체불 및 현안 사업장에 대한 상시 대응 체계’ 구축과 ‘악의적인 임금 체불 사업주에 대한 강제수사 진행’을 원칙으로 임금체불 근절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사건도 많고 힘든 일이지만, 김용식 과장은 말한다. “임금 체불 신고 사건은 기피 업무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여기 있는 감독관들은 사명감을 갖고 진짜 헌신적으로 하는 것 같아요. 특히 우리 경기지청 직원들은 그렇습니다.”

윤지현 팀장의 앞으로의 계획은 명확하다. “현재로서는 짧지 않은 근로감독관 경력 동안 쌓인 경험과 지식을 필요로 하는 후배 근로감독관들을 잘 지도하며, 앞으로도 근로감독관 업무를 잘 수행해 나가는 것이 계획입니다.” 임금 체불은 범죄다. 그리고 현장이 답이다. 경기지청 근로개선지도과는 오늘도 그 원칙을 현장에서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