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9월부터 11월까지 전국 10개 권역을 순회하며 지역 특화 채용박람회를 개최하고 있다.
창원, 순천, 제주, 청주, 원주, 광주, 부산, 수원에서 이미 수만 명의 구직자와 수백 개 기업이 만났고,
11월까지 대구, 대전에서 박람회가 이어진다. 각 지역의 산업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프로그램과 디지털 전환,
세대 포용형 서비스로 ‘서울 아니면 없다’는 이분법을 넘어서는 새로운 고용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구성·사진. 고용노동부
서울 집중형 대규모 박람회가 구직자들을 한곳으로 불러 모았다면, 지역 특화 박람회는 일자리가 직접 사람을 찾아간다. 고용노동부가 각 지방고용노동청과 지자체가 협력해 9월부터 11월까지 이어지는 이 여정은 단순한 채용 행사가 아니라, 지역의 산업 생태계를 구직자에게 보여주는 하나의 전시이자 창구이다.
창원의 제조업, 전남의 이차전지와 철강, 제주의 관광과 항공, 광주의 모빌리티와 인공지능. 지역마다 다른 산업 지형이 박람회 구성에 그대로 스며들어 있다. 순천에서는 ‘이차전지 배터리 산업동향’ 세미나가, 광주에서는 5개 테마로 98개 기업이 모였다. 포스코, 기아 오토랜드, 호텔신라 같은 대기업부터 지역
중소기업까지, 각 지역의 경제 지도가 박람회장에 펼쳐졌다.
올해의 특징은 디지털 전환이다. 창원의 온라인 사전 예약과 대기알림 서비스는 무작정 줄을 서는 방식을 바꿨다. 충북에서는 6,400여 명이 온·오프라인으로 참여했고, AR·MR 기반 ‘미래직업관’에서 가상현실로 직업을 체험했다. 원주의 VR 산업안전체험은 제조업의 현실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하지만 기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모든 지역에서 강화한 것은 ‘사람’에 대한 투자였다. 이력서 컨설팅, 퍼스널 컬러 진단, 프로필 사진 촬영, 헤어·메이크업 코칭. 이는 단순 매칭을 넘어 구직자가 자신을 더 잘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다. 충북의 ‘중장년 인생설계’, 광주의 ‘쉬었음 청년’ 프로그램은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보여줬다. 편의점 콘셉트의 ‘JOB 스토리 24’ 체험관에서는 게임처럼 가볍게 일자리 정책을 접할 수 있었다. 현장 채용이 활발히 이뤄지며 지역 고용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9월 16일 창원에서 시작된 여정은 전남, 제주, 충북, 강원, 광주로 이어졌다. 창원에서는 디지털 예약 시스템이 처음 선보이며 호응을 얻었고, 23일 순천에서는 30개 현장 기업과 20개 온라인 기업이 구직자를 만났다. 포스코, 전남개발공사, 해양경찰정비창 등 주요 기업 홍보관이 전남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줬다.
24일 제주는 달랐다. 한라체육관에 모인 것은 호텔, 항공, 테마파크 기업들이었다. 한국BMI, 모노리스, 호텔신라가 300여 명을 찾았다. 특성화고 학생들은 제주항공, 롯데호텔과의 협약 기업 정보를 통해 고향에서의 커리어를 구체적으로 그려볼 수 있었다.
25일 청주는 규모로 압도했다. 오리온, 네페스, 심텍 등 200개 기업이 1,144명 채용을 목표로 했다. 중장년 인생설계, 청년 ON 라운지, 미래직업관으로 나뉜 공간은 세대별로 다른 해법을 제시했다. 26일 원주는 ‘실질’로 승부했다. 2,000여 명 중 421명이 현장 채용 확정을 받으며 21%의
높은 채용률을 기록했다.
10월 초 광주는 대미를 장식했다. 사전 등록 1주일 만에 1,000여 명이 신청했고, 기아 오토랜드, 광주방송, 캠코 현직자들이 직접 나선 채용설명관에서는 직무의 실체가 가감 없이 전달됐다. 3,000여 명이 다녀간 광주는 ‘쉬었음 청년’에게도 다시 시작할 기회가 있다는 메시지를 명확히 했다.
숫자 너머에는 각각의 이야기가 있다. 면접 후 떨리는 손으로 악수를 나눈 순간, 이력서 컨설팅을 받으며 자신을 다시 발견한 순간, “당신을 채용하고 싶다”는 말을 들은 순간. 박람회는 통계가 아니라 개인의 인생이 바뀌는 장소였다.
여섯 도시의 이야기가 끝났지만 여정은 계속된다. 10월 27일 부산 벡스코, 28일 수원컨벤션센터, 11월 5일 대구 엑스코, 19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같은 이야기가 다시 쓰인다. 각 지역의 산업 특성에 맞춰, 각 도시의 구직자들에게 맞춰 박람회는 조금씩 다른 얼굴로 문을 연다.
참여를 원한다면 각 지역 고용센터 홈페이지나 고용24(www.work24.go.kr)에서 사전 등록이 가능하다. 온라인 플랫폼으로 참여 기업 정보를 미리 확인하고 이력서를 업로드하면 현장에서
더욱 효율적인 면접이 가능하다. 광주처럼 온라인 채용박람회를 별도 운영하는 곳도 있으니 현장 참여가 어렵다면 이를 활용할 수 있다.
고용 전문가들은 “지역 산업 특성과 구직자의 요구를 반영한 맞춤형 박람회가 실질적 고용 성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한다. 사전 예약 조기 마감으로 참여하지 못한 구직자가 발생한 점, 현장 채용률을 더 높이기 위한 사전 매칭 정교화가 필요하다는 과제도 남았지만 그럼에도 이 여정이 의미 있는 이유는
명확하다. “지역이 살아야 대한민국이 산다”는 말은 구호가 아니라 실천이 되고 있다. 서울이 아닌 곳에서도 좋은 일자리가 있고, 고향에서도 의미 있는 커리어를 쌓을 수 있다는 것을 수만 명의 구직자가 직접 확인했다. 청년 유출로 고민하던 지역 기업들은 우수한 인재를 만났고, 지역에 남을지 고민하던 청년들은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이 계절, 전국을 누비는 박람회는 단순히 일자리를 연결하는 것을 넘어 사람과 지역을 다시 연결하고 있다. 그 여정의 끝에서 누군가는 새로운 시작을 맞이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이 박람회가 존재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