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시대

달리기 동호회를 넘어
행복한 일상의 동반자로

20~30대 사이에서 러닝 크루(Running Crew)가 대유행 중이다.
기존의 달리기 동호회와는 사뭇 다른 MZ세대 특유의 러닝 문화를 만들어 가는 이들은 적극적이고
다채로운 교류, 연대, 성취 등을 통해 신체적 건강과 행복한 일상을 모두 챙기고 있다.

글. 강진우

‘달리기’와 ‘함께’의 즐겁고 건강한 만남

러닝 크루는 ‘달리기(Running)’와 ‘무리(Crew)’를 접붙인 신조어로, 여러 사람이 함께 모여 달리기를 즐기는 모임을 의미한다.

전통적인 달리기 동호회는 매월 회비를 납부하는 배타적 회원제로 운영되고 운동 시 단체복 착용, 참가 여부 확인 등의 다소 엄격한 규칙이 존재한다. 반면 러닝 크루는 한결 자유롭고 비공식적인 성격을 띤다. 러닝 크루를 만든 사람이나 운영진이 시간과 장소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SNS 단체 대화방에 공지하면, 일정이 맞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모여 함께 달린다. 각자 편한 복장을 자유롭게 입고 러닝에 나서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원하는 사람에 한해 단체 티, 헤어밴드 등을 구매하기도 하며 착용 여부는 자율에 맡긴다. 요컨대 모임의 주제인 달리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 있는 것이다.

러닝 크루는 달리기를 매개로 비슷한 또래가 교류 및 연대하는 소통 창구 역할도 수행한다. 개개인의 일상이 분절된 나노사회를 살아가며 느낄 수 있는 고독감과 불안감을 함께 달리며 해소하는 것이다. 단순히 함께 달리는 것을 넘어, 달리면서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Plogging)을 통해 환경까지 챙기고, 자신의 달리기 수준에 알맞은 거리의 마라톤 대회에 함께 참여하고 결승선을 통과하며 더욱 큰 성취감을 느낀다.

가장 중요한 점은 큰 비용 지출 없이 이 같은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편안한 복장과 적당한 러닝화, 마라톤 대회 참가비 정도만 준비하면 심신의 건강과 함께하는 기쁨을 모두 누릴 수 있기에, 러닝 크루의 인기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러닝 크루의 유행 자체는 누구나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일부 러닝 크루는 시민들에게 민폐를 끼치기도 한다. 수십 명이 무리 지어 달리며 보행로를 점유하는가 하면, 큰 소리로 파이팅 구호를 외치는 통에 시민들이 깜짝 놀라기도 한다. 마라톤 대회 코스 중간중간의 예쁜 풍경을 배경으로 단체 사진을 찍으려다가 다른 참가자들의 달리기를 방해하는 상황도 때때로 발생한다. 다행히 대다수의 러닝 크루는 일종의 ‘러닝 에티켓’을 만들고 지킴으로써 모두가 행복한 달리기를 실천하고 있다.

지키면 모두가 행복해지는 러닝 에티켓

우측통행은 기본

평소 걸어 다닐 때의 기본 예절인 우측통행은 달릴 때도 그대로 적용된다. 개개인의 레인이 정해져 있는 트랙에서는 예외일 수 있지만, 공원이나 하천변, 인도 등 공공장소에서 달릴 때는 반드시 진행 방향의 오른쪽으로 달리자.

보행자가 우선

통행 방향을 무시하고 걸어오는 보행자가 있다면, 걷는 사람이 달리는 사람에 비해 보행 약자라는 점을 상기하고 충돌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다른 쪽으로 피해서 달리는 게 좋다. 짜증이 날 수도 있지만, 기분 좋게 달리기 위해 나온 만큼 가벼운 마음으로 보행자를 지나치자.

일렬로 서너 명씩

러닝 중 두세 명씩 나란히 달리면 보행로가 막히기 마련. 나눌 이야기는 잠시 미루고, 달릴 때는 일렬로 늘어서는 게 좋다. 10명 이상이 참가했을 땐 달리기 수준별로 3~4명씩 그룹을 만들어 달리자. 혼잡 상황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크루원들의 부상 방지에도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