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박범수 감독의 영화 <빅토리>가 관객을 만났다.
레트로 감성과 청춘의 우정을 따뜻하게 담아내면서도,
단순한 성장담을 넘어 중공업 도시 거제의 현실과
그 속의 청소년들의 시선을 세심하게 들여다봤다.
글. 편집실
자료. 영화 <빅토리> 공식 스틸 컷
영화의 줄거리는 클럽에 다녀왔다가 유급을 당할 위기에 처한 2학년 필선(이혜리)과 친구 미나(박세완)가 춤 연습실을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치어리딩 동아리 ‘밀레니엄 걸즈’를 결성하면서 시작된다. 밀레니엄 걸즈는 병원, 축제, 시장 등 다양한 곳에서 무대를 경험하고 실력을 키운다. 그러다 어느 날 조선소 파업
현장에 초대받아, 노동자들과 함께 춤을 추게 된다.
이 과정에서 영화는 조선소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아버지들과 상고에 다니는 딸들의 얼굴을 한 프레임 안에 담아낸다. 그들은 서로를 응원하고, 때로는 연대한다. 묵묵히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당신이 받을 박수는 충분하다는, 담담하지만 힘 있는 메시지가 전해진다. 타인을 응원하던 밀레니엄 걸즈 역시 점차
자신을 보듬고, 어쩌면 처음으로 자신을 위해 무대 위에 오르게 된다.
영화의 배경이된 거제는 노동현실이 치열하게 드러나는 곳이기도 하다. 2022년 여름, 한 조선소에서는 무려 51일간 이어진 파업이 있었다. 하청 노동자들은 낮은 임금과 차별에 맞서, 원청과의 단체 교섭을 요구했다. 하지만 회사 측은 끝내 이를 거부했고, 파업이 끝난 뒤에는 470억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소송과 70여 명에 이르는 형사 고소가 이어졌고, 지금도 하청 노동자들이 여전히 고위험,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문제는 조선소만의 일이 아니다. 2024년 7월에는 A전자 노동자들이 창립 55년 만에 첫 파업에 나섰다. 불투명한 성과급 제도와 일방적인 희생 요구에 맞선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이어 8월에는 조선소 노동자들이 기본급 인상과 임금피크제 폐지를 요구하며 경고 파업을 벌였고, 12월에는 철도노조가 인력
충원을 외치며 총파업을 단행했다. 이렇듯 현장의 위험과 고단함은 반복되고 있다.
이처럼 반복되는 노동 현장의 문제들에 대응하기 위해 고용노동부는 근로시간 관리와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일한 만큼 제대로 보상받는’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제도적 기틀 마련에 서두르고 있다.
우선, 근로감독으로 주 52시간제, 연장·야간·휴일근로, 수당 지급 근거 등을 점검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42조에 따라 근로자 명부·근로계약서·임금대장은 3년간 보관해야 하며, 미이행 시 시정지시와 과태료가 부과된다.
올해 1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상시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됐다. 한편, 2~4월 ‘산업안전 대진단’을 통해 50인 미만 38만여 기업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지원했다.
7월부터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 대상이 만 12세 이하 자녀로 확대됐고, 단축 근로 급여의 100% 지원 범위가 주 10시간으로 늘었다.
지난 10월 16일부터는 장시간·교대제 개선을 위한 기획 감독이 시행 중이다. 제조업체·항공사 등 약 50곳을 대상으로 노동시간·산업안전 점검을 병행하며, 위법 시 엄정 조치하고 개선 의지를 보인 사업장엔 컨설팅·장려금·세액공제 등을 지원한다.
영화 <빅토리>가 우리에게 말하듯,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응원받아야 할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 응원은 일방적인 격려가 아니라, 함께 춤추는 연대여야 한다. 일한 만큼 보상받고, 쉴 때는 제대로 쉬며, 위험하지 않은 환경에서 일할 권리. 이것은 응원이 아니라 당연한 권리다. 고용노동부의 정책들이 현장의
절박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일하는 모든 이들이 정당한 대가를 받으며 존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기를 기대한다.
주 52시간제 등 근로기준법 준수 여부 철저히 감독, 근로자 명부, 계약서, 임금대장 등 3년 보관 의무 위반 시 과태료 부과
2025년 1월 27일부터 5인 이상 사업장으로 전면 확대, 중소기업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지원
자녀 연령이 만 12세로 상향, 단축근로 급여 지원(통상임금 100%) 범위주 10시간으로 확대
10월 16일부터 제조업체, 항공사 등 50여 곳 대상 노동시간 위반 및 산업안전을 동시 점검 합동 감독, 위반 시 엄정 대응, 개선 노력 사업장 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