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다양한 종류의 미디어아트가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건물 벽을 대형 스크린 삼아 압도감과 감동을 선사하면서
도시의 미관에도 도움을 주는 미디어파사드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미디어파사드 디자이너가 유망 직종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글. 강진우
미디어파사드는 건축물 외벽 중 가장 중요한 입면을 의미하는 ‘파사드(Facade)’와 ‘미디어(Media)’의 합성어다. 이름 그대로 사람들에게 잘 보이는 건물 벽에 LED를 설치하거나 빔 프로젝터를 투영함으로써 생동감 있고 예술적인 영상 콘텐츠를 선사하는 미디어아트의 일종이다. 시민들에게
감동·영감·메시지를 전달하고 도시 미관과 건축물의 품격을 높이는 데 유용하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미디어파사드는 점점 더 널리 활용되고 있다.
2020년 여름 서울 코엑스의 가로 81m, 세로 20m의 LED 옥외 전광판에서 상영된 미디어아트 작품 ‘웨이브(Wave)’는 전 세계 유수의 언론에 보도됐을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크리스마스 시즌 등 주요 시기에 맞춘 다채로운 미디어파사드를 선보임으로써 시민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전하고 있다. 서울역 맞은편에 자리한 서울스퀘어는 폭 99m, 높이 79미터의 전면부에 6만여 개의 LED 조명을 설치한 ‘미디어 캔버스’를 통해 대중의 미디어아트 진입장벽을 허무는 데 일조했다.
미디어파사드 디자이너는 이 같은 미디어파사드를 기획, 설계, 상영하는 데 있어 핵심적 역할을 하는 직업이다. 미디어파사드를 구현할 건축물의 도면을 검토하고 이에 따라 어떤 내용의 미디어아트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정한다. 인근 건물과의 조화 및 주변 환경에 따른 색 변화, 작품 가시권, 주야간 경관 및
시인성을 확인하고 이를 통해 최적의 상영 환경을 만드는 일도 미디어파사드 디자이너의 몫이다.
미디어파사드 디자이너는 건축물의 입면에 예술성을 입혀야 하는 업무 특성상 사무실에서의 일 못지않게 현장 근무도 많이 수행한다. LED 혹은 빔 프로젝터 설치는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미디어아트가 기획한 대로 상영되는지, 안전상 문제는 없는지 등을 꼼꼼하게 파악해야 비로소 한 편의 미디어파사드를 시민들에게
선물할 수 있다.
미디어파사드는 건축물과 조명, 영상 콘텐츠가 하나로 어우러져야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만큼, 이를 만드는 데 앞장서는 미디어파사드 디자이너는 관련 분야의 전문성을 두루 갖추고 있어야 한다. 조명 제품의 특성, 건축 설계, 미디어 연출 등에 능해야 하며, 의도에 부합하는 면밀한 설계를 위해 캐드, 포토샵,
컴퓨터 그래픽, 일러스트 프로그램 등을 잘 다뤄야 한다. 대중을 사로잡는 예술적 감각도 필요하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업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프로젝트 참여 인원의 의견을 수렴하고 조율하는 능력도 필수적이다.
특정 과에 진학하거나 어떤 교육과정을 수료한다고 해서 미디어파사드 디자이너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다만 예술·건축·컴퓨터공학 관련 학과를 졸업하거나 연관 자격증을 취득한 뒤 미디어아트 전문 제작사에 입사해 경력을 쌓으면 미디어파사드 디자이너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미디어파사드가 주요 공공예술 분야로
편입됐다는 점과 폭넓은 적용 범위를 고려했을 때, 미디어파사드 디자이너의 미래는 밝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