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의 열정지수
불량률 5.7%에서 2.2%로,
숫자를 바꾼 것은 사람이었다
(주)디비전이 보여준 참여형 일터혁신의 풍경
품질의 한 줄이 곧 신뢰가 되는 자동차 부품 산업에서 대구 달성의 작은 기업 ㈜디비전은 조금 다른 길을 택했다. 설비를 더 늘리고 관리자를 더 두는 대신, 현장의 목소리부터 다시 듣기로 한 것. 지시 대신 제안을, 보고서 대신 실시간 알림을 일터의 새로운 언어로 삼은 1년. 불량률은 절반 아래로 떨어졌고, 직원의 제안은 두 배로 늘었다. 숫자를 바꾼 것은 결국 사람이었다.
글. 차유미
사진. 오충근
지시형에서 참여형으로, 바뀐 일의 흐름
2021년 설립된 (주)디비전은 알루미늄 압출·가공 기술을 기반으로 방진부품과 조향장치, 제동장치, 전기차 배터리 부품을 만든다. 규모로는 작은 회사지만 본사는 대구 달성군에, 물류 거점은 미국 미시건과 멕시코 케레타로에 두며 북미 완성차 공급망의 한 축을 맡고 있다. 친환경과 경량화로 빠르게 재편되는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서, 고정밀 압출 기술은 그 자체로 경쟁력이다. 2025년 매출액 184억 원이라는 숫자 뒤에는 ‘작지만 강한 기업’이라는 정체성이 놓여 있다.
그러나 매출 증대에 발맞춰 설비투자와 공장 증설이 동시에 진행되던 시기, 회사는 한계를 마주했다. 외형은 빠르게 커졌지만 조직 문화는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부서 간 정보 공유는 늦어졌고, 위에서 아래로 흐르던 지시는 종종 현장의 실제 상황과 어긋났다. 류영균 대표의 판단은 명료했다.
“외형이 커질수록 관리자 중심의 지시형 개선 활동만으로는 현장의 문제를 신속하게 풀어내기 어려웠습니다. 빠르게 변하는 산업에서 ‘속도’와 ‘성과’를 좇으려면, 오히려 현장의 목소리부터 들어야 한다는 결론에 닿았어요.”
이때 (주)디비전은 일터혁신 상생컨설팅에 참여하기로 했다. 가장 먼저 손본 것은 업무 표준화와 보고체계였다. 복잡한 결재 절차 대신 ‘선(先) 구두 보고, 후(後) 조치’ 원칙을 세워 현장 의사결정의 속도를 높였다. 동시에 협업도구 기반의 스마트워치 알람 시스템을 도입해 설비 이상 신호가 관련 부서원의 손목으로 즉시 전달되도록 했다. 숙련공의 머릿속에만 머물던 노하우는 제품별 압출 조건을 정량화한 ‘스트레칭 기준 표준서’로 옮겨졌다. 경험에 기대던 라인이 표준에 기대는 라인으로 다시 그려졌고, 현장의 언어가 바뀌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답은 결국 사람에게 있습니다.
제도가 아무리 정교해도,
현장이 움직이지 않으면
숫자는 바뀌지 않으니까요.”
참여가 만든 숫자, 숫자가 증명한 참여
물론 시스템만으로 조직이 굴러가지는 않는다. (주)디비전은 오히려 ‘제도가 작동하려면 사람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고 말한다.
회사는 현장 곳곳에 개선 제안함을 설치하고, 매월 15일 부서 팀장들이 모여 직원의 아이디어를 검토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채택된 제안에는 등급별 사내 포상이 따랐고, 연말에는 ‘제안왕’ 표창에 상금이 더해졌다. 단순한 의견 수렴이 아니라, 제안이 곧 보상과 연결되는 구조였다. 변화의 출발점은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누구나 의견을 꺼낼 수 있는 작은 통로를 마련하는 일이었다.
결과는 숫자로 돌아왔다. 직원들의 업무개선 제안 활동은 컨설팅 이전보다 2배 이상 늘었다. 돌발 상황 대응 시간은 건당 15분 단축됐고, 일일 생산 비가동 시간도 45분 줄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품질 지표다. 제품 불량률은 5.7%에서 2.2%로, 61% 감소했다. 회사가 2025년 일터혁신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이유다. 지표는 라인 밖에서도 움직였다. 임직원의 경영진 소통 만족도는 43%에서 86%로 두 배 뛰었고, 고용률은 5.6%에서 42.1%로 확대됐다. 작은 기업이 만들어낸 큰 일자리이자, 참여형 문화가 가져온 부수적 성과였다.
품질팀 박윤진 과장은 “처음에는 ‘내가 얘기한다고 뭐가 바뀌겠어?’라는 분위기가 강했어요. 그런데 제안이 실제로 공정에 반영되고, 그 개선이 숫자로 돌아오는 걸 직접 보면서 동료들의 표정이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현장에서 먼저 문제를 발견하고 해법을 들고 옵니다”라며 직원들의 자율적인 참여를 강조했다.
사람을 이해하는 회사가 오래 간다
(주)디비전은 매월 전 직원이 모여 동료의 생일을 축하하고, 분기마다 소통 화합 행사를 연다. 노사협의회를 중심으로 상생협력·성장지원·성과존중·소통문화라는 네 가지 인사 철학을 운영하며, ‘출근길이 즐겁고 서로를 돌보는 따뜻한 공동체’를 지향한다. 설비가 아무리 정교해져도 결국 그 기계를 돌리고 품질을 완성하는 주체는 사람이라는 신념이, 회사의 작동 원리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컨설팅 과정에서 다진 표준화 노하우를 사내 교육 커리큘럼에 녹여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신입사원부터 숙련공까지 디비전의 방식을 체계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사내 학습 플랫폼을 고도화하고 있다. 혁신을 일회적 이벤트가 아닌 일상의 운영체계로 옮기겠다는 구상이다. 동종 업계와 지역 산업단지의 중소기업에 디비전이 지나온 경로를 공유하려는 시도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결국 지속 가능한 성장은 사람에게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대표와 근로자대표가 같은 테이블에 앉아 8시간 동안 끝장 워크숍을 진행했던 경험이 지금의 디비전을 만들었어요. 저희는 앞으로도 단순한 제도를 넘어, 현장이 스스로 답을 가져오는 회사를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대구 달성의 한 공장에서, 32명의 직원이 오늘도 알루미늄을 빚어낸다. 그러나 그들이 만들어내는 것은 부품만이 아니다. 지시 대신 제안이, 침묵 대신 데이터가 오가는 일터의 새로운 흐름이 매일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다.
“예전에는 위에서 답을 내려주길
기다렸다면, 지금은 현장이 먼저 문제를
들고 옵니다. 그 차이 하나가
불량률을 절반으로 줄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