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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그대로, 가족 품으로
광주지방고용노동청 목포지청 산재예방감독과
아침에 집을 나선 모습 그대로 저녁에 가족 곁으로 돌아가는 하루. 너무 익숙해 쉽게 지나치기 쉽지만, 그 평범한 일상을 지켜내기 위해 누군가는 위험이 숨어 있는 현장을 먼저 살피고, 사고의 징후를 먼저 발견하며, 오늘도 노동자들의 퇴근길이 무사히 이어지도록 발걸음을 재촉한다. 산업안전보건의 달을 맞아 산업안전감독관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글. 차유미
사진. 김동환
1개 시·8개 군, 한 부서가 품은 너른 권역
목포지청 산재예방감독과는 목포시와 무안·신안·영암·해남·강진·완도·진도·장흥을 관할한다. 서남권 절반에 이르는 면적을 최병식 과장과 12명의 감독관이 나눠 맡고 있다.
목포지청 관할은 지역적 특성이 뚜렷한 곳이다. 대불국가산업단지를 품은 영암 삼호읍에는 현대삼호중공업과 대한조선을 비롯한 대형 조선소와 협력업체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목포·해남·영암 일대는 한때 산업위기대응 특별지역으로 지정될 만큼 조선업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해 온 곳이기도 하다. 최근 수주 회복으로 안벽과 도크에 다시 불이 들어오고 있지만, 그만큼 추락·끼임·중량물 작업 같은 고위험 공정도 함께 늘어난다. 여기에 다리가 닿지 않는 섬 사업장, 농어촌 곳곳의 소규모 건설현장까지 더하면 감독관 한 사람이 품어야 할 영역은 결코 좁지 않다.
노동자의 안전한 퇴근을 지키는 사람
산업안전감독관이라는 직책은 시민들에게는 낯설다. 신안군을 맡고 있는 민충기 감독관은 산업안전감독관의 일을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노동자의 안전한 퇴근을 지키는 사람 같습니다. 사고 위험이 높은 산업 현장을 직접 찾아가 안전 조치가 잘 되어 있는지 살피고, 사고가 일어났을 때는 원인을 끝까지 파헤쳐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막는 일이지요. 아침에 출근하셨던 모습 그대로 가족 품으로 돌아가시도록 돕는 것, 그게 저희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2025년 올해의 근로감독관’에 선정된 그는 지난해 영암 한 농장의 외국인 노동자 사건을 끝까지 풀어낸 공로로 포상받았다. 노동감독에서 산업안전감독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두 업무의 결이 닮으면서도 다르다고 했다. 노동감독 시절에는 풀리지 않는 사건 하나가 베개 옆까지 따라왔다면, 지금은 ‘오늘 밤 어디선가 사고가 나지는 않을까’ 하는 조마조마함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고.
영암 삼호읍을 누비는 김미란 감독관도 다르지 않다. 출근길이든 산책길이든 시선은 작업 현장으로 기울어진다. 안전모를 벗은 작업자, 헐겁게 물린 굴착기 버킷. 그 낌새를 지나치지 않는다.
“위험 요인이 보이면 그 자리에서 바로 말씀드려요. 아마 전국의 산업안전감독관들이 모두 같은 마음일 거예요.”
사고가 나기 전, 누군가의 어깨를 한 번 두드리는 일. 그 짧은 한마디가 쌓여 평범한 퇴근길이 만들어진다.
섬으로 산단으로, 사각지대를 좁혀 가는 발걸음
목포지청 관할의 특성을 가장 또렷하게 보여주는 활동이 섬 지역 점검이다. 무안군을 담당하는 김상길 감독관에게 관할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단연 지리적 여건이다.
“다리로 연결되지 않은 섬에 사업장이 적지 않습니다. 거리도 거리지만, 행정의 손길이 닿기 쉽지 않은 곳이 많아요.”
그래서 산재예방감독과는 홀수 달마다 한 차례 이상 섬 지역 사업장을 직접 찾아간다. 새벽 배에 올라 섬에 들어가 현장을 둘러보고, 또 다른 섬으로 옮겨가는 일정이다. 발품의 무게만큼 사각지대가 줄어든다는 믿음으로 이어지는 활동이다.
조선업 밀집 지역이라는 색깔도 이 부서의 일과를 좌우한다. 목포지청은 원청과 협력업체가 함께 안전보건 체계를 갖추도록 상생협력 간담회를 마련하고,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서 비롯되는 위험을 줄이기 위한 활동을 꾸준히 이어왔다. 이유미 감독관처럼 한 사업장에 상주하며 밀착해 살피는 인력을 별도로 배치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대형 조선소의 안전관리가 곧 협력업체 노동자의 생명과 맞닿아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최근에는 감독 물량이 늘고 ‘적발 시 즉시 제재’ 원칙이 한층 또렷해지면서, 그동안 손이 미치기 어려웠던 소규모 취약 사업장까지 시야에 들어오게 됐다. 부서를 이끄는 최병식 과장의 목소리에서도 같은 방향의 무게감이 느껴진다.
“‘적발되면 그때 고치면 된다’는 생각이 가장 위험합니다. 그래서 위반 사항이 확인되면 곧바로 사법조치 등으로 대응하고 있어요. 법을 지키는 일이 일상의 안전을 만드는 첫걸음이라는 인식을 현장에 자리 잡게 하려는 겁니다.”
가족을 생각하며, 오늘 한 번 더
산재예방감독과 사람들의 말에는 화려한 수사가 별로 없다. 대신 같은 말이 자주 반복된다. 김상길 감독관은 “가족을 생각하며, 오늘 한 번 더 안전 확인!” 이라고 강조한다.
작업 시작 전 안전모 끈을 조이고, 안전대 고리를 거는 그 평범한 동작이 쌓여 안전을 지킬 수 있다는 믿음이 그 한 줄에 녹아 있다.
김미란 감독관은 함께 뛰는 동료들에게는 “건강부터 잘 챙기시라”는 따뜻한 당부를, 일터를 지키는 노동자에게는 “출근할 때 모습 그대로 다치지 않고 퇴근하는 하루하루가 이어졌으면 합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목포지청 산재예방감독과의 하루는 오늘도 비슷하게 흘러간다. 새벽 배에 올라 섬으로 향하고, 대불산단의 게이트를 지나 조선소 안벽을 걷고, 농어촌의 작은 공사장 한 켠을 들여다본다. 누군가의 평온한 저녁 식탁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움직이는 사람들. 7월의 한 줄로 오래 기억해 둘 만한 풍경이다.
사고는 멀리 있지 않다, 방심한 그 한 순간에 있다
가족을 떠올리며 오늘 한 번 더 살피는 일,
그것이 가장 확실한 산업재해 예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