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의 레시피

라떼는 말야

복숭아 잼

7월의 과일을 하나만 꼽으라면, 나는 주저 없이 과숙된 복숭아다. 껍질이 슬슬 벗겨지고, 한입 베어 물면 즙이 흘러내리는 그 복숭아. 이 여름의 맛을 병 안에 담아두면 뜨거운 열기를 식히는 빙수로, 겨울 어느 날 군고구마 옆에서 혹은 홍차 한 잔 속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

글과 레시피. 레이먼 킴  일러스트. 냉무

레이먼 킴은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요리로 작은 특별함을 더하고자 한다.

이 칼럼에 여섯 번째 원고를 쓰며 지난 글들을 다시 읽어봤다. 부족한 내용과 정리가 창피한 건 둘째이고, ‘내 어린 시절엔’, ‘예전엔 쌌는데 요즘은 비싸다’ 같은 문장들이 여기저기 박혀 있었다. 나이를 속이려 해도 속일 수 없는 라떼 근성이다. 오늘도 그 근성대로, 어린 시절엔 흔했지만 지금은 귀해진 식재료 이야기를 꺼내본다.

7월, 이맘때 가장 맛있는 과일을 꼽으라면? 포도(거봉)도 참 맛있고 참외와 수박도 맛나지만, 참외나 수박은 8월에야 제맛이 나니, 지금은 껍질이 잘 벗겨지는 과숙 복숭아를 꼽고 싶다.

껍질을 살살 벗긴 복숭아를 한입 크게 베어 물면 흐르던 그 즙. 가끔은 질기고 솜털이 있는 껍질을 일부러 씹기도 했다. 캐나다 온타리오 복숭아는 북미에서 손꼽히는 특산품이라 캐나다에서 자란 나는 가장 많이 먹은 과일이 복숭아였다.

하지만 이제는 한입 크게 베어 물 수가 없다. 가격이 너무 올라 몇 개 사려면 손이 떨릴 정도지만 가격도 가격이지만 20대 중반쯤부터 갑자기 과일 알레르기가 심해져 복숭아, 사과, 체리 등 부드러운 껍질의 과일을 생으로 먹으면 목이 부어오르고 입술이 딱딱해지면서 목구멍이 간질거리다가 약을 먹지 않으면 병원에 가야 하는 몸이 됐다. 그래서 메뉴에 쓸 때는 미리 약을 먹거나 열을 가해 먹어야 한다.

알레르기를 달고 사는 요리사. 제약도 많고 우습기도 하지만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생으로 못 먹다 보니 이것저것 참 많이 해봤고, 열을 가해 만드는 콩포트(과일을 시럽에 조린 프랑스식 디저트)나 각종 소스에 과일을 쓰는 일은 다른 요리사들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그중에서 수박의 시간이 오기 전, 푹 익은 복숭아로 만드는 잼을 소개해드리고 싶다. 이 무더위에 비싼 복숭아를 불 앞에 서서 저어가며 잼을 만드는 걸 보고 ‘뭐 하자는 것이냐’고 하실 분들도 있겠지만, 여름의 맛을 병에 담아 겨울쯤 빵에 발라 군고구마와 함께 먹거나 홍차나 빙수에 한 스푼 넣어보시라 권한다. 이 레시피는 너무 익었거나 상품성이 없는 복숭아 파치로 해도 무방하니, 몇 시간쯤은 투자해볼 만하지 않을까?

복숭아잼

계량 1 큰술 = 15g, 1 작은술 = 5g, 1 컵 = 250ml

재료
복숭아(과숙, 파과 상관 없음) 1.5kg, 레몬 1개, 설탕 5컵, 계피가루 1/2작은술, 소금 2 작은술, 분말펙틴 45g
(*펙틴: 사과나 귤껍질 등 과일에서 추출하는 수용성 식이섬유, 잼이나 젤리를 굳히는 역할을 한다.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요!
복숭아를 깨끗한 물로 씻어서 껍질과 꼭지를 제거한 후에 씨를 빼내고 으깬다. 으깬 복숭아를 냄비에 넣고 레몬즙과 펙틴을 넣고 잘 섞어준다. 불을 서서히 올리면서 거품이 올라오면 그때 설탕과 소금, 계피가루를 넣고 한번 세게 끓어오르면 1분가량 잘 저으며 끓여준다. 불을 약불로 낮추고 거품을 걷어주면서 20분 정도 끓여준다. 담아둘 유리병을 뜨거운 물로 살균해둔다. 살균한 유리병에 잼을 담고 병 입구에서 약 5mm 정도만 남겨서 꽉 채운 후에 병뚜껑을 닫고 끓는 물에서 병째로 5분 동안 중탕한다(이래야 세균 번식을 막아줌). 6~10개월 동안 보관이 가능하다. 차나 빙수로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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