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일

빛도 바람도 없는 지하에서
상추가 자란다

식물공장 재배 환경 전문가

도심 한 건물 지하층. 창문도, 햇볕도 없는 이 공간에서 상추와 바질이 자란다. 벽면을 따라 늘어선 수십 단의 재배 선반에는 LED 조명이 일정한 주기로 켜지고 꺼지며 ‘낮과 밤’을 만들어낸다. 온도는 18도, 습도는 65퍼센트. 외부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도 이 안에서 작물은 멈추지 않는다. 이러한 식물공장을 운영하는 핵심 인력이 재배 환경 전문가다. 날씨가 아닌 데이터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다.

글. 차은서  자료. 서울특별시 농업기술센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외

센서가 읽고, 전문가가 판단한다

식물공장에서는 작물이 자라는 모든 조건이 수치로 관리된다. 조도와 광주기(빛을 받는 시간), 이산화탄소 농도, 배양액의 pH와 전기전도도(EC)까지, 수십 개의 센서가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수집한다. 재배 환경 전문가는 이 데이터를 읽고 해석해 작물의 상태를 진단하고 환경 조건을 조정한다. 작물마다 필요한 조건이 다르다는 점이 이 일의 핵심 난이도다. 상추는 낮은 온도에서 천천히 자라야 잎이 연하고, 딸기는 일조량과 야간 온도 차이가 당도에 직접 영향을 준다. 바질은 뿌리 온도에 민감하다. 같은 시설 안에서도 작물별로 다른 조건을 설계하고, 성장 단계에 따라 조건을 바꿔가는 것이 이들의 일이다.

도시 농업과 식량 안전을 지원하는 역할

식물공장이 도심 건물이나 지하 공간에 들어서는 데는 이유가 있다. 소비지 가까이에서 생산할수록 유통 거리가 줄어들고, 수확 후 신선도를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다. 냉장 물류에 드는 에너지와 비용도 낮출 수 있다. 국내에서도 대형 유통사나 식품기업이 자체 스마트팜을 운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부 시설에서는 인공지능이 수집한 생육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확 시점을 예측하거나, 에너지 사용량을 최적화하는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재배 환경 전문가는 이 기술이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도록 조율하는 역할을 맡는다. 알고리즘이 권장한 조건이 실제 작물에 맞는지 판단하는 것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농업과 첨단기술을 잇는 미래 인재가 되려면

재배 환경 전문가로 일하려면 농업·원예학·생명과학 분야의 기초 지식이 바탕이 된다. 여기에 환경 제어 시스템 운용, 센서 데이터 해석, 스마트팜 소프트웨어 활용 능력이 더해지면 실질적인 경쟁력이 생긴다. 최근에는 농촌진흥청과 각 지자체, 대학이 연계한 스마트농업 교육 과정이 운영되고 있으며, 실습 중심의 단기 교육 프로그램도 확대되는 추세다.

재배 환경 전문가의 성장 가능성은 기후 변화와 맞닿아 있다. 폭염과 가뭄, 예측할 수 없는 기상 이변이 잦아질수록, 날씨에 의존하지 않는 실내 재배 방식의 필요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내일의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