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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일경험 지원사업 우수사례 조민서 씨

청년들에게 첫 직장을 찾는 과정은 정답 없는 길을 홀로 걷는 일과 같다. 익숙한 트랙을 벗어나 ‘진짜 나에게 맞는 일’을 찾아 나선 청년들이 있다. 청년일경험 지원사업을 통해 병원 밖 간호사의 삶을 탐색하고, 끝내 자신만의 천직을 찾아낸 조민서 씨를 만났다.

글. 차유미 사진. 오충근

병원 밖의 간호사를 만나다

간호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병원이다. 조민서 씨도 그랬다. 학교에서 병원 밖에서 활동하는 간호사에 대해 배울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만큼 자연스럽게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를 먼저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진로를 정하려고 하니 궁금증이 생겼다. ‘나에게 맞는 일은 무엇일까.’ 직접 경험해 보고 답을 찾아보기로 했다.

첫 일자리 경험은 대한산업보건협회 산하 한마음혈액원의 헌혈카페였다. 생각보다 다양한 곳에서 간호사의 역할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경험은 또 다른 관심으로 이어졌다. 비임상 분야로 주목받는 보건관리자 업무를 직접 경험해 보고 싶었다. 헌혈카페 인턴을 마친 뒤 다시 대한산업보건협회 서울지부 일경험 프로그램에 지원한 이유다. 서류 전형과 면접을 거쳐 시작한 일경험은 6주 동안 이어졌다.

그 시간은 단순히 직무를 알아보는 데 그치지 않았다. 인턴 기간 동안 컨설턴트와 멘토의 피드백을 받으며 업무를 익혔고, 주어진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6주 뒤에는 우수 인턴으로 추천받았고, 일자리재단 우수사례 발표의 기회도 얻었다. 그리고 지금 조민서 씨는 대한산업보건협회 서울지부 건강진단국에서 기초진단과 예방접종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서툰 말 한마디가 건넨 마음

일경험에서 민서 씨가 맡은 업무는 기초진단실이었다. 키와 몸무게, 혈압 등 기본적인 건강 지표를 확인하는 곳으로 건강검진을 받는 수검자라면 누구나 거쳐 가는 공간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오가는 만큼 예상하지 못한 상황도 있었다. 특히 외국인 수검자가 많아 외국어로 안내해야 하는 경우가 잦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중국인 수검자를 응대했던 일이다. 민서 씨는 어렸을 때 중국어를 배웠지만,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처음에는 자신이 중국어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것조차 조금 부끄러웠다고 한다.

하지만 중국인 수검자가 늘어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서툴더라도 직접 소통하는 것이 검진을 빠르게 진행하고 의사소통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오류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 업무에서 자주 사용하는 안내 문장을 번역기로 찾아 미리 메모해 두고 실제 응대에 활용했다.

미국에서 인턴으로 근무했던 경험도 떠올랐다. 낯선 곳에서 지낼 당시 서툰 한국어라도 들리면 그 자체가 위로가 됐던 기억이다. 그래서 민서 씨는 언어를 잘하는 것보다 먼저 다가가려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지금도 중국인 수검자가 오면 먼저 중국어로 말을 건네려고 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건강을 지킨다

현장에서 일해 보면서 간호사에 대한 생각도 달라졌다.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가 환자 곁에서 현재의 건강을 돌본다면, 건강진단 업무에서의 간호사는 질환을 미리 예방하고 이미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더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데 도움을 준다. 당장 눈앞에서 치료의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누군가의 건강을 지키는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꼈다. 동시에 책임도 크게 다가왔다. 여러 수검자가 한꺼번에 방문하면 검진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말과 행동을 빠르게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놓친 정보 때문에 수검자가 다시 방문해야 하는 상황이 가장 걱정스러웠다. 그래서 민서 씨는 자신의 업무 순서를 만들었다. 안내해야 할 내용은 접수표에 직접 적어 드리며 한 번 더 확인했다. 빠르게 일하는 것만큼 정확하게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현장에서 배운 것이다.

이런 경험은 일의 의미를 조금씩 구체적으로 만들어 줬다. 건강진단 업무는 눈에 띄는 치료를 하는 일은 아니지만, 누군가가 자신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한 관리를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민서 씨가 말하는 이 일의 무게도 여기에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누군가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책임감과 무게감을 직접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할 수 있다’는 마음을 되찾다

일경험을 시작할 당시 민서 씨는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던 때였다. 새로운 것을 배울 때 질문도 많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성격이었지만, 당시에는 여러 이유로 조금 주눅이 들어 있었다. 그런 자신에게 6주의 경험은 다시 움직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자신이 한 일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모습을 직접 확인하면서 잊고 있던 자신감을 되찾았다.

그래서 민서 씨에게 일경험은 단순히 경력을 한 줄 더한 시간이 아니다. 자신이 어떤 환경에서 일할 때 편안한지, 어떤 일을 좋아하고 어려워하는지 직접 확인하면서 자신을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취업 자체보다 자신에게 맞는 직무와 환경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도 자신의 경험에서 나왔다. 결과가 보이지 않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자신을 의심하게 되지만 그 과정에서 쌓은 경험과 고민이 결국 자신의 길을 만드는 힘이 된다는 것이다.

“어떤 열차든 정해진 노선이 있고, 그 끝에는 결국 목적지가 있다는 생각으로 계속 나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사람의 속도와 비교하기보다 자신을 믿고, 자신을 위한 이야기를 한 페이지씩 써 내려가셨으면 좋겠습니다.”

병원 밖에서 간호사의 일을 직접 만나보고 싶다는 작은 궁금증에서 시작된 경험. 조민서 씨는 그 시간 동안 일의 진정한 가치를 배웠고 동시에 자기 안의 가능성을 다시 발견했다. 직접 현장을 누비며 발자국을 남긴 끝에 찾아낸 그만의 정직하고 단단한 길이다.

언어가 완벽하지 않더라도 상대방에게
다가가려는 마음과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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