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의 제철한끼
한가위의 고소한 기억
깨즙 수육 편채
곱게 간 참깨에 겨자·식초·설탕·간장을 더한 참깨 소스는 어떤 재료와도 잘 어울리고 어떤 술과도 부담 없이 곁들일 수 있는 편안한 맛이다. 계절마다 제철 재료를 곁들이면 같은 소스로도 봄·여름·가을·겨울의 한 접시를 자연스럽게 완성할 수 있다.
글과 레시피. 김희은 셰프
일러스트. 냉무
글과 레시피를 보낸 김희은 셰프는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 ‘소울’을 이끄는 오너 셰프로,
일상적인 식재료와 장 문화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섬세하게 풀어냈다.
10월 한가위 즈음이면 온 가족이 둘러앉아 송편을 빚던 때가 생각난다. 방앗간에서 고소하게 볶아 온 참깨를 절구에 곱게 갈아 황설탕과 섞어 소를 만들고, 그 소를 한가득 품어 빚어내던 뽀얀 송편. 그 따뜻했던 기억 때문인지, 참깨를 주재료로 한 소스는 내게 무척이나 익숙하고 편안한 맛이다. 고소한 향이 입안에 번질 때면 어린 시절의 한가위 풍경과 가족이 함께했던 시간이 자연스레 겹쳐진다. 그래서인지 거창하게 마음먹고 만드는 음식보다는 그날그날 손 가는 대로 뚝딱 만들어 먹는 요리에 참깨 소스를 자주 곁들이곤 한다.
갑자기 집안에 손님이 올 일이 생기거나 남은 자투리 채소, 선호하는 해산물이나 육류 등 그 어떤 재료와도 잘 어울리는 요리로, 화이트 와인부터 전통주, 막걸리까지 두루 잘 어울려 특별한 날에도 평범한 날에도 부담 없이 내놓기 좋은 요리다.
근사한 접시에 큼지막한 포션으로 담아내면 충분히 하나의 메인 요리가 되고, 따로 주인공이 있는 날에는 곁들임이 되기도 한다.
계절이나 함께하는 술에 따라 맛을 조금씩 달리하는 재미도 있다. 여름이면 톡 쏘는 겨자를 더해 산뜻하게 즐기고, 묵직한 막걸리와 함께할 때면 산미를 조금 더해 입맛을 돋운다.
샤부샤부용으로 얇게 준비한 고기는 부드럽게 익을 정도로만 가볍게 데쳐 내고, 고기를 데쳐 낸 육수는 버리지 않고 조금 더 졸여 맛을 응축한 뒤 겨자를 풀고 곱게 빻은 참깨와 식초, 설탕, 간장을 더한다. 새콤하게, 혹은 조금 더 고소하게 그날의 입맛에 맞춰 간을 조절하면 어렵지 않게 참깨 소스가 완성된다.
이 ‘초’ 간단 소스는 신기할 만큼 계절에 착착 붙는다. 봄이면 돌나물과 두릅을, 여름이면 미나리와 죽순을, 가을이면 버섯과 배를, 겨울이면 사과와 봄동, 참나물을 넉넉히 곁들인다. 같은 소스라도 그때그때 가장 맛있는 재료를 더하는 것만으로 한 접시에 자연스럽게 계절을 담아낼 수 있다.
사계절 내내 주방과 한 몸이 되어 살아가는 내게 이 소스를 활용한 요리는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존재다.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고 어떤 재료와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계절이 바뀔 때마다 또 다른 한 접시가 되어 주니 말이다.
깨즙 수육 편채
계량 1 큰술 = 15g, 1 작은술 = 5g, 1 컵 = 250mL
재료
소고기
샤부샤부용 한우 설도 500g, 대파 1대, 마늘 2쪽, 통후추 5알, 월계수 잎 1장
채소 재료
쑥갓, 깻잎, 적양파, 적채 약간씩
깨즙 소스
쇠고기 육수 6T, 간 깨 8T, 연겨자 1.5T, 진간장 3T, 사과식초 3T, 설탕 3T, 다진 마늘 1T, 후추 약간
부재료
레디시, 식용꽃 등
이렇게 만들어요!
쇠고기는 소금, 후추로 밑간해 둔다.
냄비에 물 500mL와 대파 흰 부분, 마늘, 통후추, 월계수 잎을 넣고 물이 끓어오르면 (고기를) 살짝 데친다. 데친 물은 불순물을 제거하여(면포 이용) ‘육수용’으로 따로 보관한다.
쑥갓은 어린잎 위주로 손질하고, 깻잎은 돌돌 말은 후 적채와 함께 곱게 채 썬다.
양파는 얇게 채 끌고 매운맛이 강하면 찬물에 담가 매운 향을 제거한다.
볼에 분량의 깨즙 소스 재료를 넣고 고루 섞는다. 연겨자가 잘 풀리도록 액상 재료를 넣어 가며 섞는다. 개운한 맛을 위해 고운 청양고춧가루를 가미해도 좋다.
완성 접시에 곁들임 채소와 데쳐 낸 고기를 차게 준비해 담고 소스는 따로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