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인터뷰

인생에는 조연이 없다,
주연만 있을 뿐

배우 윤경호

연기 인생 28년 차, 배우 윤경호에게는 ‘주연’과 ‘조연’을 나누는 기준이 없다. 그저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온 시간이 있을 뿐이다. 무명의 시절을 지나 이제는 대체 불가한 이름이 되기까지 그가 걸어온 이야기를 들어본다.

글. 하경헌 경향신문 기자  사진. 눈컴퍼니, SBS·넷플릭스 공식 스틸컷

대체불가의 이름 ‘배우 윤경호’

1999년 연극으로 데뷔한 배우 윤경호는 올해로 연기 28년 차를 맞았다. 하지만 실제 우리가 그를 기억하는 기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어, 정말 최근 작품에서 많이 보기 시작했는데?’ ‘연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나?’라는 궁금증이 달리는데, 알고 보면 거의 30년 연기에 몸을 던진 배우다.

그의 경력은 마치 소설의 ‘기승전결’처럼 네 단락으로 구분할 수 있다. 1999년 연극 <맹진사댁 경사>로 경력을 시작해 2006년 영화 <구세주>로 영화, 드라마로 구분되는 ‘매체 연기’에 데뷔하기까지의 기간. 그리고 2006년부터 갖은 역할로 부지런히 뛰다 그의 이름 석 자를 알린 2016년 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의 김우식 역까지. 그리고 그 이후 10년, 대중에 다양한 모습을 보이다 지난해 <중증외상센터>의 한유림으로 관심의 중심에 서기까지의 기간. 지난해부터 영화 <좀비딸>까지 인기를 얻어 주연급 연기자로 흥행을 주도하는 배우가 된 지금. 지금의 윤경호는 2026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 됐다. 올해만 해도 영화 <휴민트>, <메소드 연기>, <타짜:벨제붑의 노래>, <크로스 2>, 드라마 <취사병 전설이 되다> 등에 등장했다.

“팬분들의 진심 어린 응원이 뭉클할 때가 많은 요즘입니다. 최근 드라마 <김부장> 때문에 팬 사인회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받은 편지를 집에 와서 소리 내어 읽었어요. 하나 같이 울컥했던 것 같습니다.”

최근 윤경호는 김부장(소지섭)의 절친한 친구이자 동료 박진철 역을 연기했다. 해병대 출신으로 싸움에 능한 고수라는 설정도 있었지만, 딸과 아내 앞에서만큼은 ‘사랑꾼’의 모습을 보이는 반전 매력이 눈길을 끌었다.

“통쾌함과 사이다로서의 매력이 있었던 것 같아요. 보통 드라마는 ‘주인공이 빌런을 잘 상대할 수 있을까?’하는 조마조마함이 있잖아요. 그런데 ‘김부장’의 주인공들은 막강해요. 싸움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동네 아저씨들이 알고 보니 무시무시한 사람들이었던 거죠.”

캐릭터에는 배우의 희로애락이 담긴다

박진철의 역할은 다른 역과 다르게, 그가 아빠이기에 그리고 가족의 삶을 지키려는 아빠였기에 더욱 가슴 근처에 갖다 놓고 연기할 수 있었다. 학창 시절 연극영화과를 택하고, 연극과 드라마 그리고 영화를 가리지 않았던 윤경호는 2012년 결혼하고 2015년 큰딸을 가졌다. 이제 막 드라마, 영화 연기를 시작했지만, 당시 그의 배역은 ‘순경 1’ ‘형사’ ‘노숙자’ ‘방송국 PD’ 등 직업으로만 불리고 있었다.

“당시 연기 외에도 아르바이트만도 서른 가지 넘게 했던 것 같아요. 저 혼자일 때는 그냥 버티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아이가 태어나니 ‘내 꿈 때문에 아이를 배고프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으로 고민이 많았어요. 그때 연기를 그만둬야 하는 건지 매일 밤잠을 자지 못했습니다.”

그때 만난 작품이 <군함도>였다. 아픈 역사를 가진 작품을 연기하면서 당시 몸무게인 103㎏을 69㎏으로 34㎏ 감량해야 했다. 달걀흰자 2개, 방울토마토 5알, 아몬드 5개, 고추 2개로 하루 네 끼를 먹었다. 당시를 돌아보면, 오랜 무명 생활에 지치고, 혹독하게 단련해야 하는 배우란 직업이 버거워 포기하고 싶었다고 회상한다. 그러나 태어나지 않은 딸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마지막으로 해보자고 한 작품이 디딤판이 됐고 이어 <도깨비>를 만나면서 다시 일어나게 됐다.

“여러 영화나 드라마, 연극을 보면 극 중 인물의 희로애락이 담깁니다. 인생이라는 작품 역시 각자의 희로애락으로 완성된다고 생각해요. 저도 한때 마음처럼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가 있고, 제가 별 가치가 없다고 느꼈지만 그럴수록 ‘내 삶의 주인공은 나야’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그렇게 온전히 스스로를 아끼고 인정해 주니 어느 순간 드라마틱하게 행복하고 감사한 때가 찾아오더라고요.”

내 삶의 주인공은 나다
무명의 시간을 버티게 한 건 결국
스스로를 놓지 않는 마음이었다

끝내 해피엔딩을 맞는 주인공처럼

이미지 역시 마찬가지다. 1980년생인 그는 선이 굵은 외모 때문에 초창기에는 이른바 ‘이미지 캐스팅’으로 악역을 연기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중증외상센터> 이후로 변화가 왔다. 그가 연기한 한유림은 극 중 백강혁(주지훈)에 대한 미움을 가지고 있었지만, 백강혁이 딸을 살려내자 그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 된다. 그 와중 그의 귀여운 매력도 부각했다.

그런 이유로 최근에는 ‘수다쟁이’ ‘귀엽다’는 이미지가 그를 대표한다. <김부장>의 홍보 과정에서는 물론이고, 유재석과 함께한 웹 예능 <핑계고>에서도 그 매력이 배가했다. 과거에는 길에서 만나면 그를 흠칫흠칫 바라보며 두려워했던 시선들이, 이제는 적극적으로 다가오며 살갑게 맞이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거창할 수도, 단순할 수도 있는 이야기지만, 저도 제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작품에 들어가면 모든 상상력과 직·간접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인물을 준비합니다. 스스로 가장 잘 표현할 방법을 계속 찾는 거죠. 현장의 감독님, 동료 배우들과도 논의하면서 부단히 노력해 저만의 배역을 만듭니다.”

윤경호는 처음부터 주연을 자처하지 않았다. 그저 연기하고 싶었고, 살고 싶었고, 딸에게 부끄럽지 않고 싶어 노력했다. 그의 부단한 노력은 결국 대중을 움직였고, 뜨거운 인기를 체감하는 지금이 됐다. 막이 오르고, 무대가 열리고, 카메라가 돌아가기 시작하면 그 누구도 주연, 조연이 없다. ‘노력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을 뿐이다. 윤경호의 인사가 <월간 내일> 독자들에게 더욱 뿌듯한 이유다.

“끝내 해피엔딩을 맞는 주인공처럼 <월간 내일>을 읽어주시는 여러분에게도 행복한 순간이 찾아왔으면 좋겠습니다. 항상 보내주시는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더 열심히 달리고, 꾸준히 노력하는 배우 윤경호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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