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의 열정지수
“출퇴근은 자유롭게,
업무는 책임감 있게”
AI 드론 기업 (주)아리온이 일과 삶의 균형으로 성장하는 방법
빠르게 변하는 기술 산업에서는 흔히 ‘속도’와 ‘성과’가 먼저 이야기된다. 특히 AI와 드론처럼 변화 주기가 짧은 산업일수록 조직은 더 치열하게 움직인다. 하지만 (주)아리온은 조금 다른 질문을 던졌다. “오래 일하는 것이 정말 좋은 성과로 이어지는가?” 2015년 두 명의 청년 창업으로 시작한 (주)아리온은 현재 50명 규모의 AI 기반 드론·무인이동체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그 성장의 중심에는 ‘일 잘하는 방식’을 다시 설계한 조직문화가 있었다. 2025년 대한민국 일·생활 균형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글. 김혜영
사진. 김근호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어야 오래 성장할 수 있습니다”
(주)아리온의 조직문화는 ‘자율’이라는 단어로 설명된다. 하지만 그 자율은 단순히 자유로운 분위기를 뜻하지 않는다. 류윤지 부사장은 회사의 문화를 이렇게 설명했다.
“저희는 처음부터 ‘오래 앉아 있는 사람’이 일을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공부도 마찬가지잖아요. 책상에 오래 앉아 있다고 해서 무조건 성과가 좋아지는 건 아니니까요. 결국 중요한 건 각자가 맡은 역할과 목표를 얼마나 정확히 이해하고 책임감 있게 움직이느냐라고 생각했습니다.”
(주)아리온은 현재 오전 8시~10시 사이 자율 출근, 오후 5시~7시 사이 자율 퇴근 방식을 운영하고 있다. 직원들은 정해진 시간 안에서 자유롭게 일정을 조율하고, 하루 8시간 근무만 채우면 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 제도가 ‘유행처럼’ 도입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주)아리온은 이미 유연근무제 제도화 이전부터 자율 출퇴근 문화를 운영해 왔다.
“나중에 정부 유연근무제 지원사업을 검토했는데, 오히려 기존 제도보다 저희 방식이 더 자유로운 거예요. 그런데 제도상으로는 출근 시간을 미리 정해야 해서 직원들에게 물어봤더니 다들 ‘지금 방식이 더 좋다’고 하더라고요. 이미 삶의 리듬이 그렇게 자리 잡혀 있었던 거죠.”
이 문화는 특히 젊은 직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출근하는 직원도 있고, 병원이나 은행 업무를 처리한 뒤 출근하는 경우도 자연스럽다.
류 부사장은 “직장인이 가장 힘든 것 중 하나가 ‘정해진 시간 안에 반드시 맞춰야 한다’는 압박일 수 있다”며 “그 시간을 조금 더 유연하게 쓸 수 있다는 점이 직원들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만족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율은 자유로운 분위기가 아니다
각자의 역할과 목표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책임지는 것이다
직원의 삶을 이해하는 회사가 오래 간다
(주)아리온의 일·생활 균형은 단순히 출퇴근 제도에만 머물지 않는다. 직원들의 실제 생활 방식과 필요를 조직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시도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연간 자기개발비 지원 제도다. 직원들은 연 60만 원 범위 안에서 운동, 어학, 취미 활동 등 다양한 분야에 자유롭게 비용을 사용할 수 있다.
이영주 인사팀장은 “결국 직원들이 오래 즐겁게 일하려면 회사 밖의 삶도 중요할 수밖에 없다”며 “직원들이 실제로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계속 듣고 반영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직원들의 의견은 조직 운영에도 빠르게 반영되는 편이다. 최근에는 직원 제안으로 생성형 AI 기반 업무 시스템이 전사적으로 도입됐다.
“처음에는 몇몇 직원들이 개인적으로 AI 에이전트를 써보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업무적으로도 적극 활용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고, 지금은 회사 차원에서 전 직원 계정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교육도 함께 진행하고 있고요. 업무 효율도 굉장히 좋아졌습니다.”
(주)아리온은 직원들의 의견이 단순히 ‘건의사항’으로 끝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의견이 실제 변화로 이어져야 구성원들도 조직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다는 것이다.
“회사에서 가장 경계하는 건 직원들이 ‘말해봤자 안 바뀐다’고 느끼는 상황이에요. 그래서 가능한 한 직원들 의견을 많이 반영하려고 합니다. 물론 조율은 필요하지만, 조직이 계속 건강하게 성장하려면 구성원들이 함께 회사를 만들어간다는 감각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주)아리온은 최근 기존의 사명 ‘무지개연구소’를 ‘아리온’으로 변경하면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AI 드론·무인이동체 기술 기업으로서의 성장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사람이 오래 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드는 일 역시 중요한 목표다. 류윤지 부사장은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결국 지속 가능한 성장은 사람에게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직원이 충분히 회복하고, 삶을 유지할 수 있어야 좋은 아이디어도 나오고 회사도 계속 성장할 수 있으니까요. 저희는 앞으로도 단순한 복지를 넘어, 직원들이 정말 오래 함께 가고 싶은 회사를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직원이 충분히 회복하고 삶을
유지할 수 있어야, 좋은 아이디어도
회사의 성장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