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통신

평등은 ‘배려’가 아니라 ‘의무’

각국의 성평등 고용 정책

우리나라는 OECD 성별임금격차가 29.3% (2023년 기준)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반면 지구촌 곳곳에서는 법·제도의 힘으로 격차를 실질적으로 좁힌 나라들이 늘고 있다. 정책 방식은 달라도, 공통된 방향은 하나다. 기업과 남성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것.

자료출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한국노동연구원, BBC, 한겨레, KBS 등

아이슬란드,
기업이 직접 동일임금을 증명하라

아이슬란드는 세계경제포럼(WEF) 성격차지수에서 15년 연속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 핵심에는 2018년 1월 시행된 동일임금 인증제(Equal Pay Certification)가 있다. 상시 노동자 25인 이상 사업장은 정부가 개발한 표준(IST 85)에 따라, 동일가치노동에 대해 성별 임금 차이가 없다는 사실을 외부 인증기관을 통해 사용자가 직접 증명해야 한다. 인증은 3년마다 갱신해야 하며, 미취득 사업장에는 벌금이 부과된다. 공공기관과 민간기업 모두에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점에서 세계 최초의 구속력 있는 모델로 평가받는다.

아이슬란드의 성별임금격차는 현재 약 9%로, OECD 평균(약 12%)을 밑돈다. 법 시행 전 성별 임금격차가 약 14~16%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뚜렷한 개선이다. UN 인권 전문가들은 이 법을 두고 기업이 여성의 인권을 존중하도록 국가가 혁신적 도구를 활용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노르웨이,
이사회에 여성 40% 미달이면 회사 해산

노르웨이는 민간기업의 의사결정 구조 자체를 법으로 바꿨다. 2003년 입법된 이사회 여성 할당제는 상장기업 이사회의 최소 40%를 여성으로 구성하도록 의무화했고, 2008년 전면 시행됐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제재 수위다. 기한 내 미준수 기업에 대해 강제 해산을 명령할 수 있다. 그 결과, 2002년 5%에 불과했던 상장기업 여성 이사 비율은 2008년 40%를 넘어섰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벨기에 등 유럽 다수 국가가 이 모델을 뒤따랐고, EU는 2026년부터 대형 상장사에 비슷한 기준을 의무화하는 지침을 발효시켰다.

노르웨이 정부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2023년 6월, 중견 민간기업까지 40% 할당제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법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민간기업 이사회의 여성 대표성 개선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일본,
가산점이 부여되는 인증제도

일본의 접근법은 앞선 다른 나라와 조금 다르다. 강제 할당 대신 정보 공개 의무화와 인증 인센티브를 결합한 연성 규제(soft law) 방식이다.

2016년 시행된 여성활약추진법에 따라 상시 고용 101인 이상 사업장은 여성 채용률, 관리직 비율, 근속연수 남녀 격차 등을 수치로 공표해야 한다. 우수 기업에는 ‘에루보시(えるぼし)’ 인증이 수여되며, 공공 조달 입찰에서 가산점과 금융 혜택을 받는다. 2025년에는 여성 건강 지원 프로그램을 갖춘 기업에 부여하는 ‘에루보시 플러스’ 제도도 신설됐다.

그러나 법 시행 10년이 지난 현재, OECD 데이터 기준 일본의 성별임금격차는 약 22%로 OECD 평균(약 12%)의 두 배에 달한다. WEF의 2024년 성격차지수에서 일본은 146개국 중 118위다. 이런 점에서 강제력이 약한 정책의 한계를 보여준다는 지적도 있다.

스웨덴,
아빠가 안 쓰면 사라지는 육아휴직

채용·승진 단계에서 여성 차별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를 스웨덴은 다르게 진단했다. 남성이 가사·돌봄을 함께 분담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봤다. 스웨덴의 부모는 자녀 1명당 총 480일의 유급 부모육아휴직을 나눠 쓸 수 있다. 이 중 각 부모에게 90일씩은 양도가 불가능하다. 다른 쪽 부모에게 넘기지 못하고 쓰지 않으면 그대로 소멸하는 구조, 이른바 ‘아빠의 달(Pappamanad)’ 제도다. 1995년 30일로 시작된 부모별 비이전 할당은 2002년 60일, 2016년 90일로 꾸준히 늘었다. 도입 이전에는 부모휴직을 쓰는 아버지 비율이 전체의 44%에 그쳤지만, 제도 도입 직후 77%로 급등했다. OECD는 스웨덴과 아이슬란드에서 아빠 할당제 도입 후 남성의 부모휴직 사용 일수가 두 배로 늘었다고 분석했다. 현재 스웨덴에서는 10명 중 9명의 아버지가 부모휴직을 사용한다.

기업 입장에서 ‘남성도 어차피 수개월은 자리를 비운다’는 전제가 생기면, 출산을 이유로 여성을 채용·승진에서 불이익 주는 인센티브 자체가 줄어든다는 것이 이 정책의 구조적 효과다.

글로벌 통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