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의 레시피
햇양파와 여름 호박, 가지로 부리는 마법
파스타
‘프리마베라’
초여름의 식탁 위, 채소만으로도 한 접시가 충분히 화려해진다. 거창한 재료 없이 계절을 통째로 담아내는 한 그릇. 그중에서도 푸르른 계절이 찾아오면 꼭 찾게 되는 녀석이 있다. 바로 파스타 ‘프리마베라’ 되시겠다.
글과 레시피. 레이먼 킴
일러스트. 냉무
레이먼 킴은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요리로 작은 특별함을 더하고자 한다.
파스타라고 하면 머릿속 그림은 대개 비슷하다. 토마토 소스가 보글보글, 크림이 진득하게, 고기와 해산물이 푸짐하게, 거기에 치즈와 버섯까지 한가득. 그야말로 ‘메인 요리’의 위엄이다. 하지만 의외로 단출한 식재료 몇 가지만으로 근사하게 완성되는 파스타도 세상엔 참 많다.
오일 베이스만 봐도 그렇다. 마늘과 고추로 맛을 낸 ‘알리오 올리오’, 토마토와 마늘, 올리브 오일이 전부인 ‘포모도로’, 버터와 후추 단 두 가지로 승부 보는 ‘카초 에 페페’까지. 재료라고 해봐야 한두 가지, 그것도 고기나 비싼 채소보다 훨씬 저렴하게 만드는 파스타가 수두룩하다.
프리마베라는 이탈리아어로 ‘봄 파스타’라는 뜻이지만, 재밌게도 정작 이태리와는 별 인연이 없다. 1970년대 미국인 요리사가 캐나다 노바스코샤 지방에서 만들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이름값 하느라 햇양파, 어린 호박, 가지, 브로콜리처럼 봄에 막 얼굴을 내미는 채소들을 듬뿍 넣어 만든다.
‘크림도 아니고 토마토도 아니고, 비싼 치즈나 송로버섯도 없이 채소만 들어간 오일 파스타라면··· 좀 부실하지 않나? 채식주의자용 아닌가?’ 이렇게 생각했다면, 잠시만. 이 파스타를 만들기 전에 채소의 ‘맛’을 한번 곰곰이 떠올려 보자.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고기에는 감칠맛, 멋진 식감, 짭조름하고 고소한 풍미가 있다. 그런데 채소는 어떤가. 짠맛과 고소함은 기본이고, 단맛, 신맛, 매운맛, 거기에 딱 견딜 만한 기분 좋은 쓴맛까지 다 품고 있다. 게다가 초여름의 싱그러움은 보너스다.
그런데 왜 6월, 초여름에 ‘봄 파스타’를 권하느냐고? 한국의 초여름이 마침 노바스코샤의 봄 날씨와 꼭 닮았기 때문이다. 햇양파가 막 수확되고, 하우스가 아닌 노지에서 여름 호박이 열리기 시작하고, 점점 뜨거워지는 햇볕 덕에 가지가 제대로 맛을 내는 바로 지금. 한국에서 프리마베라를 즐기기 딱 좋다.
오늘은 무심히 스쳐 지나가던 흔한 채소들로 계절을 한번 음미해 보면 어떨까.
여담 하나. “산골짝에 쌓였던 눈이 녹고 꽃소식 전해주오”로 시작하는, 오페라 <Cavalleria Rusticana>의 전주곡 합창에 한국어 가사를 붙인 ‘목동의 노래’ 혹은 ‘봄 노래’를 틀어놓고 프리마베라를 만들어 보자. 식탁 위로 초여름이 담백하고 달달하게 찾아올 테니.
파스타 프리마베라
계량 1 큰술 = 15g, 1 작은술 = 5g, 1 컵 = 250ml
재료
숏 파스타(펜네, 파르팔레, 푸실리 등) 150g,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 4큰술, 마늘 2알, 애호박 ½개, 브로콜리 ½개, 방울토마토 12개, 햇양파 1개, 완두콩 ½컵, 레몬 ½개, 바질 12장,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 소금, 후추
이렇게 만들어요!
큰 냄비에 소금물을 넉넉히 끓여 파스타를 포장지 시간대로 삶고, 알 덴테(Al dente, 이에 닿을 때 속심이 살짝 덜 익은 상태)로 건진다.
물기를 뺀 파스타에 올리브 오일 2큰술을 둘러 서로 들러붙지 않게 둔다.
완두콩은 끓는 소금물에 5분쯤 삶아 익혀 둔다.
프라이팬에 남은 올리브 오일 2큰술을 두르고 중불로 달군 뒤, 마늘을 살짝 볶아 향을 낸다. 얇게 썬 채소를 모두 넣고 소금, 후추로 간한 다음 부드러워질 때까지 볶다가, 마지막에 잘게 썬 바질을 더한다.
팬에 삶아 둔 파스타와 완두콩을 넣어 채소와 살살 버무린 뒤, 그릇에 담고 레몬즙을 짜 뿌리고 치즈를 슥슥 갈아 올리면 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