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고용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한 ‘장애인 고용촉진 강조기간’을 맞아,
예술을 통해 공감과 소통을 나누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장애인이 일터에서 행복을 느끼고,
지속적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사회 전체의 따뜻한 관심과 성원이 함께 하길 기대한다.
글. 차유미
사진. 김신동
따뜻한 봄기운이 감도는 4월이지만, 경기 침체와 청년실업의 여파로 체감 경기는 여전히 냉랭하다. 이런 가운데 장애인 고용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실제 고용 확대가 움트기도 전에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시행규칙」 제4조에 따라 4월을 ‘장애인 고용촉진 강조기간’으로 정하고,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과 고용 확대를 위한 다양한 행사를 마련했다. 올해는 특히 예술을 매개로 장애인의 역량을 소개하고, 대중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
지난 4월 4일과 5일, 충북 오송역에서는 ‘발달장애인 예술작품 전시회’가 열렸다. 이번 전시에는 김기정 작가의 <용궁>, 김성찬 작가의
<노을과 자동차> 등 발달장애 예술인 8명의 작품이 전시되어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전시를 관람한 한 시민은 “작품이 너무 밝고 아름다워 발길을 멈추게 했다”며, “이런 작품들이 발달장애인에 의해 창작됐다는 사실에 놀랐고,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반성하게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4월 28일에는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광장에서 미술 전시회와 함께 ‘힐링 클래식 콘서트’가 열렸다. 공연은 발달장애인 연주자들로 구성된 현악 앙상블 ‘브릿지온 앙상블’이 맡아, 케이팝과 영화음악 등 대중에게 익숙한 곡들을 선보이며 큰 호응을 얻었다.
이날 행사장에는 커피차도 운영되어, 방문객들에게 무료 음료가 제공되는 등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장이 마련됐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장애인 고용은 단지 숫자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인식의 변화에서부터 시작된다”며 “예술을 통한 소통이 편견을 허물고 고용 확대의 기반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고요한 아이가 있었다. 말 대신 그림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아이. 사람들에겐 낯설 수 있는 방식이었지만, 그는 선과 색, 작은 동물들로 가득한 세계로 조용히, 꾸준히 마음을 전했다.
“학창 시절 정식으로 그림을 배운 적은 없어요. 방과 후 미술 수업에 참여한 정도였죠. 그래도 선생님은 제게 재능이 있다고 하셨어요.”
최석원 씨는 발달장애가 있는 청년이다. 친구보다 곤충과 동물이 더 편했고, 말보다 그림이 더 자연스러웠다. 고등학교 졸업 후 진로를 고민하던 그는 ‘밀알복지재단 작가 모집 공고’를 만났다. 서류를 내고 면접을 본 뒤, 지금은 브릿지온 아르떼 소속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이번 발달 장애인 예술작품 전시회에 참여했다. 그는 작품을 통해 “장애는 예술을 가로막는 벽이 아니라, 새로운 세계를 여는 문”임을 전하고 싶었다.
출품작은 ‘동물들의 카페’. 공룡과 다양한 동물들이 나란히 앉아 음료를 마시는 유쾌한 풍경이다. 위계도, 경쟁도 없는 카페. 무섭고 힘센 동물은 없고, 작고 귀여운 동물들이 중심에 앉는다.
“제 그림 속에선 모두가 사이좋게 지내요. 작은 동물들도 당당히 자기 자리를 지켜요.”
그림을 그리는 시간은 언제나 설레고 즐겁다. 수줍은 성격이지만, 그림 앞에 멈춘 관람객이 미소 짓는 순간 그는 빛나는 예술가가 된다. 그의 꿈은 단순하다. 꾸준히 그리고, 감동을 전하는 것. 전시를 찾아다니고, 새로운 기법에도 도전한다. 마지막으로, 석원 씨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는 발달장애가 있는 청년 작가입니다. 장애가 있어도, 기회와 응원이 있다면 누구나 멋진 사회 구성원이 될 수 있어요. 모든 장애인이 꿈꾸고,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세상을 저는 그림으로 계속 그리고 싶습니다.”
봄바람이 나뭇잎을 흔들고, 따스한 햇살이 내려앉은 오후. 브릿지온 앙상블의 ‘힐링 클래식 콘서트’가 울려 퍼졌다. 발달장애인 연주자들이 선사한, 봄날의 선물 같은 무대였다.
그중에서도 환한 미소로 무대를 밝힌 이는 바이올리니스트 박세현 씨. 작은 악기를 꼭 쥐고 정교한 보잉으로 음악을 빚어내며 말했다.
“연주하는 이 순간이, 제일 행복해요.”
음악의 시작은 초등학교 6학년, 할머니가 건넨 오케스트라 모집 안내지였다. 처음 접한 악기였지만, 빌린 바이올린으로 오디션을 봐 입단에 성공했고, 그곳에서 지금의 지휘자 유원석 선생님을 만났다.
“그 이후로 삶이 많이 달라졌어요. 음악이 저를 바꿨고, 이제는 무대에 설 수 있게 되었죠. 관객 박수를 들을 때마다 벅차올라요.”
지금 그녀는 브릿지온 앙상블의 퍼스트 바이올린 주자.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수많은 연습이 있었다. 빠른 곡에 손이 꼬이면 다시, 또 다시. 손 떨림을 줄이려 식사량을 늘리고, 아령으로 손가락 힘을 길렀다.
“박자가 안 맞을 때도 있지만, 함께 맞춰가다 보면 ‘지금이다!’ 하는 순간이 와요.”
세현 씨에겐 오래된 꿈이 있다. 2023년, 가수 알리와 함께한 홍보영상 촬영의 감동은 아직도 선명하다. 언젠가 알리와 뉴욕 카네기홀 무대에 서고 싶다는 소망을 품고, 오늘도 한 음씩 정성스레 쌓아간다.
“저를 통해 발달장애인도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요. 제 연주가 누군가에게 즐거움이 되었으면 해요.”
작은 바이올린에 담긴 그녀의 삶과 꿈. 그날 세종청사에 울려 퍼진 선율은 음악이 아니라, ‘가능성’이라는 이름의 이야기였다.